애들 밥 먹이기가 쉽지 않다.
밥상을 차려놓고 있어도 한 놈 보이질 않는다.
다들 어느 방구석에 있는지.
교양있는 어머니 목소리로 '밥 먹어야징~' 하면 '네~' 할 뿐 고개 하나 내밀지 않는다.
순간 헐크로 변신해서 사자후쯤 터트려줘야 거실로 하나둘 기어 나온다.
밥상머리 앞에서 눈이 초점을 잃는다.
아니 왜?
요즘 시대에 오첩반상이면 호화스럽지 않나?
집에만 있어서 더 신경 써서 챙겨줬구먼.
근데 왜 밥이랑 김만 먹고 있는데?
바로 앞에 훈제오리는 왜 안 집어?
막둥이는 밥이 줄지 않네? 반찬만 먹었나?
아오.. 식탁 밑에 장난감을 뒀네.
이것들이 배가 불렀나….
맘 같아서는 식탁을 180도로 돌리고 싶지만, 내 손은 어느새 깻잎장아찌를 곱게 발라 아이들 하얀 밥에 얹어주고 있다.
먹으~ 먹으라고~ 미소를 지으며 협박해 본다.
아, 나까지 밥맛이 없다.
요즘 코로나로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는데 내 자세가 30점도 못 되는 것 같다.
나는 통로인가? 정거장인가?
귀한 주의 말씀은 머무르지 않고 흘러 흘러 서쪽 귓구멍 밖으로 가는가.
쿵덕쿵덕! 넘어.. 넘어.. 넘어간!! 다.
고개가 졸음의 도끼질을 이기지 못하고 꼴딱.
돌아간다 돌아간다 핸드폰에 눈이 돌아간다.
해 뜬 거 알면서 왜 날씨 검색?
눈앞에 시계 있는데 왜 시간을 확인?
금쪽같은 말씀이 줄줄 샌다.
‘내 문제에 답이 여기 있었네. 냠냠’
‘이 말씀으로 한 주간 이리 살아야지~ 꿀꺽’
전보다 더 편하게 더 맛나게 밥을 줬으면, 더 밥 먹는 데 집중해야지~
젓가락 들고 이 반찬 저 반찬 골고루 먹어야지~ 왜 이리 말씀 밥상 앞에 초점이 흐리냐.
언제까지 밥그릇에 담아주랴.
애들 탓할 것 없네.
나도 딱 애들 수준이다.
식탁에 앉아 편히 받아서 그런가?
값없이 해 주니 값없이 깨작거린다.
이제 딴짓은 그만!
펜 들고 맛있는 밥 냠냠 잘 먹어야지~
그래야 내 배도 부르고 사랑 주는 자도 배가 부르지.